커머스를 하려면 좋은 제품부터
품질, 가격, 카테고리 선택까지 커머스 기업이 제품을 바라보는 방식

들어가며
입사 전에 브랜든 압축 파우치를 쓰고 있었습니다.
좁은 집이지만 불어나는 짐 정리를 어떻게 할지 늘 고민이었는데, 이 제품 하나로 해결됐습니다. 주변에서도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제품을 만든 회사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또래 친구들의 집에는 이 제품이 다 있는 걸까?’
“우리는 커머스 2회차다, ‘다시 커머스를 한다면 그렇게는 안 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걸 초기부터 셋팅하고 키워가고 있다.” 부스터스에 합류하고 나서 경영진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에요. 실제 대표님을 포함해 경영진 분들은 모두 커머스 경험이 있고, 심지어 성공을 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때의 성공을 성공이라 정의하지 않아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커머스를 하는 많은 기업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을 문장입니다. 급변하는 트렌드와 무수히 많은 경쟁사 제품들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끊임없이 진화해나가는 것. 부스터스의 미션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커머스를 운영하는 팀에 몸담고 있는 모든 분들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커머스 2회차에서 달라진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글은 부스터스의 경영진과 브랜든·이퀄베리 제품팀, 마케팅팀, 리테일팀, SCM팀을 두루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제품이 아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어가는 팀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제품입니다.
제품만 좋으면 팔린다? X
정확히는 반만 맞습니다. 제품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제품이 좋다’라는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가 선제적으로 필요합니다. 어떤 제품을 어떤 카테고리에서 만드냐를 모르면 좋은 제품도 팔리지 않습니다.
“품질의 정의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기능만 좋다고 품질이 좋은 게 아니거든요.”
부스터스가 제품을 기획할 때 적용하는 품질의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기능적 상향기존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하나라도 개선된 점이 있어야 합니다. 더 가볍거나, 더 편리하거나, 사용 방식 자체가 달라지거나. 다이슨 에어랩이 대표적입니다. 기존 헤어 스타일링 도구는 고열로 모발을 손상시켰습니다. 다이슨은 코안다 효과라는 공기 역학 원리를 적용해 열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70만 원에 가까운 고가임에도 출시 직후 품절이 발생했습니다. 기능의 방향 자체를 바꾼 사례입니다.심리적 품질제품은 기능만으로 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쓰고 싶게 만드는 것도 품질의 영역입니다. 위생적인 설계, 직관적인 사용 방식, 손에 쥐는 촉감까지 모두 포함됩니다.이퀄베리의 제형과 색상은 아마존과 틱톡 등 글로벌 숏폼 채널에서 ‘눈에 띄게 먹고 싶은’ 캐릭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메디큐브의 에이지알(AGE-R) 역시 피부과에서 받는 클리닉을 집에서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구매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가격과의 균형품질이 좋아도 가격이 납득되지 않으면 판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브랜든의 압축 파우치를 사용해본 이들은 잡화도 재료가 좋아야 제품이 좋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결국 천만개가 넘게 팔린 브랜든의 제품들은 정리계 명품이라 불리게 됐습니다.
소품종 다량 생산 VS 다품종 소량 생산
성장하다 보면 제품을 늘리고 싶어집니다. 다양한 제품으로 더 많은 고객을 잡겠다는 논리입니다.

부스터스가 지향하는 방향은 소품종 다량 판매입니다. 하나의 제품을 대량으로 팔 수 있을 때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원가가 낮아지고, 낮아진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에게 더 합리적인 조건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판매량이 늘고 원가가 다시 낮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의 글로벌 성공도 같은 구조입니다. 아누아의 어성초 토너, 조선미녀의 맑은쌀 선크림, 달바의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은 히어로 제품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 침투한 뒤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좋은 제품을 쓰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소품종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해도 천장이 있는 제품 카테고리
“아무리 잘해도 연 100억이 한계인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이걸 모르고 그 시장에 진입해서 500억을 목표로 잡고 있으면 안 되거든요. 동일한 실행력을 갖춘 팀이어도 어떤 카테고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져요.”
시장조사를 통해 대략적으로 아는 시장의 캡은 자기관련성과 결합됐을 때에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세제 시장의 규모를 확인해보고 경쟁사의 수, 경쟁사 브랜드의 성분 등 USP(Unique Selling Point)를 확인하고 우리만의 유니크함을 선정하여 새로운 포지셔닝을 한다 해도 이 포지션의 천장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부스터스가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을 공략하며 이퀄베리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것은 포지셔닝 전략을 단호하게 실행할 수 있는 일종의 기초 체력 덕분입니다. 커머스 경험이 15~20년 정도 쌓인 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댄 만큼, 카테고리의 한계와 가능성을 직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실제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160억 달러 규모로 2032년까지 1,9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테고리 절대 규모로는 스킨케어가 압도적 1위입니다. 클렌저·토너·세럼이 오래 팔리는 이유는 화장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거치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크면 경쟁도 셉니다. 준비 없이 들어가면 규모의 혜택을 받기 전에 도태될 수 있습니다.
“커머스에 정답은 없습니다. 근데 정답 확률이 높은 선택은 존재해요. 그 확률을 높이려면, 결국 얼마나 많이 해봤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래 살아남는 제품의 공통점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는 본질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스터스는 브랜든을 론칭한 지 4년, 이퀄베리는 2년이 넘어가고 있는 신생 브랜드 기업이에요. 물론 이전에 눈썹 타투펜, 미니 마사지기, 마약베개 등 히트 상품 메이커로서의 경험이 다수 있는 경영진들이지만, 롱런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죠.
경영진에게 물었습니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제품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거예요. 제품이 사랑받은 이유를 잊으면 안 되거든요. 당연히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이를 통해 브랜드가 갖고 있던 제품력을 등한시하면 고객들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키는 2017년 Off-White 협업을 시작으로 셀럽·럭셔리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확대하며 한정판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단기 화제성은 높아졌지만 스포츠 기능 혁신은 뒷전이 됐습니다. 호카, 온러닝 같은 신흥 러닝 브랜드가 기능 중심 소비자를 흡수했고, 2025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급감했습니다.
스타벅스도 같은 패턴을 밟았습니다. 하워드 슐츠가 만들어온 제3의 장소라는 철학이 효율 우선의 운영 방식으로 희석됐고, 영업이익률은 10%대에서 5%대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철학을 50년 넘게 흔들지 않았습니다. 아웃도어 카테고리를 넓히는 동안에도 환경에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은 건드리지 않았고,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 금융권에서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는 사실상 유니폼이 됐습니다.
“무인양품은 단정함, 유니클로는 가격 안에서 예상 가능한 퀄리티, 다이소는 가성비예요. 브랜드에 태그라인이 박히면 오래 가는 겁니다. 근데 이게 훼손되면 반드시 흔들립니다.”
부스터스의 제품군도 같습니다. 브랜든과 이퀄베리의 본질은 ‘대다수가 필요로 하는 카테고리의 제품일 것, 그리고 그 카테고리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에요. 클렌저·토너·세럼이 오래 팔리는 이유는 화장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퀄베리는 가장 큰 시장을 히어로 제품으로 가장 빠르게 파고들었습니다. 브랜든의 압축 파우치도 여행자가 겪는 실제 불편함을 해결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신제품 VS 리뉴얼
“소비자가 불편해하는데 아무도 건들지 않은 시장이 있습니다.”
제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을 묻자 돌아온 대답입니다. 스타트업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인류적 미션을 품고 지난 10년간 고객들의 보이지 않는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왔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존재하니까요.

브랜든의 아우터 압축 파우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겨울 외투를 보관할 때 어떻게 했었는지를 떠올려보면, 그냥 장롱 한켠에 방치해두거나 비닐 등 임시 포장지로 덮어두는 선택지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브랜든 제품기획팀이 이런 불편함을 캐치해서 두마리 토끼를 잡는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공간을 줄여줌과 동시에 먼지 차단과 소재 보존까지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거죠.

반면 리뉴얼은 기존 제품의 시장 파이가 존재하고 오래 유지될 것이 예상되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진행합니다. 브랜든의 세이프 라인 여행 가방이 대표적이에요. 유럽 등 해외 소매치기로부터 나의 짐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면서도 가방 내 공간을 체계적으로 설계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많은 고객들에게 환영을 받았지만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다는 고객 리뷰를 반영해 다양한 컬러와 둥그런 쉐잎을 반영한 세이프 플러스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두 제품은 어느 하나를 대체하지 않고 나란히 잘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안 되는 제품을 리뉴얼로 살리려는 건 대부분 실패해요. 많이 팔린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했을 때 파괴력이 생기거든요. 스테디셀러가 되기 전에 리뉴얼하면 임팩트가 없어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하는 공통 원칙은 현재 조직의 역량으로 만드는 제품이 과거의 것보다 나아야 한다는 거예요.
마치며
경영진을 비롯해 여러 팀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히 제품만 좋아서는 브랜드가 될 수 없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제품 전략을 잘 짜는 것은 다른 일” 경영진과 여러 팀이 이야기한 내용에서 발견한 공통점이에요.
좋은 제품은 소비자의 불편함에 대한 집착, 품질에서의 타협 거부, 지속 가능한 가격 구조, 그 제품이 오래 팔릴 수 있는 카테고리와 시장을 선택하는 판단력이 받쳐줘야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부스터스 콘텐츠 팀이 경영진과 브랜든·이퀄베리 팀의 실무자와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