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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객을 맞을 준비가 됐을까?

고객을 대상화하기 보다, 직접 고객이 되어본 브랜드가 고객을 정의할 수 있다.

들어가며

올리브영, 시코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컬리. 들어보면 알법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스킨케어 등 데일리 제품을 구매하는 건 우리에게 일상이 됐습니다.

저 역시 지난 달과 이번 달 쓰는 스킨케어 제품이 다릅니다. 선택지가 넓고 마음은 갈대같기 때문이에요. 이렇듯 소비재 카테고리에서 제품은 너무 다양하고 고객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반면, 꼭 그 제품이어야만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A브랜드 물티슈가 마음에 들면 반복적으로 대량구매를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다양할 겁니다. 우선 광고 콘텐츠가 마음을 이끌었을 것이고, 가격과 제품 설명이 타당한지 확인했겠죠. 그리고 결제 수단이 쉽고 간편한지, 배송은 빠른지 등. 고객에게는 정말 많은 선택의 이유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고객의 구매 여정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부스터스 경영진에게 '고객'은 어떤 의미일까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를 알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가 잘못된 질문을 들고 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보다, 우리가 고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거예요.

이 글은 그 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담았습니다.

고객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커머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고객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저와 대화를 나눈 경영진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과거 미디어 커머스를 운영하던 시절, 제품 개발의 출발점은 고객의 필요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이 콘텐츠로 훅을 보여줬을 때 전환이 잘될 것 같은 사람'이 타깃이었습니다. 고객이 열광할 만한 제품을 연구하는 것보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시기였죠. 판매자들은 제품을 직접 쓰지 않았습니다. 손이 가지 않았고, 손이 가지 않는 이유를 출시 전에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커머스 인생 2회차에 접어든 부스터스 경영진들의 지금 생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경영진 스스로가 쓰고, 가족에게 써보게 하고, 그 반응을 기다립니다. "이 제품 계속 쓰고 싶다"라는 반응이 나와야 제품이 됩니다. 마진 역산보다, 제품의 진짜 효능에 집중하기로 한 거죠.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는 구조를 택하고, 그 위에 가격 합리성을 얹습니다. 당연히 마케팅 지표는 더 느리게 오릅니다. 그러나 재구매가 따라오고, 재구매가 쌓이면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2회차 커머스의 고객은 ‘함께 오래 가야 할 사람’입니다.

이 관점의 차이가 사실 모든 것을 바꿉니다.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 가격을 설정하는 기준,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 재구매율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고객 정의가 먼저일까요?

커머스 브랜드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타깃 고객 정의입니다. 성별, 연령대, 라이프스타일. 페르소나를 만들고 그에 맞는 제품과 메시지를 짭니다.

그런데 경영진과 이야기하면서 이 순서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퀄베리의 타깃 고객이 20대인지 많이 물어봐요. 그런데 실제로는 다양한 연령대가 사고 있고, 전 세계에서 구매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딱 맞다고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고객을 좁게 규정하면 그 밖의 고객을 놓치게 돼요."

물론 고객을 완전히 모른 채로 제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스터스가 주목하는 건 '누가 살 것인가'보다 '우리가 살 만한 이유를 만들고 있는가' 쪽에 가깝습니다.

고객이 아닌, 고객의 ‘불편함’에 집착

그렇다면 고객 대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부스터스 경영진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키워드는 고객 집착입니다. 다만 그 집착의 대상이 '고객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하는가'라는 점이 핵심이에요.

"정말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합니다. 진짜 고객에게 필요한 것에 집착했느냐. 거기에 가격의 합리성까지 더해져야 합니다."

이 접근 방식은 부스터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로벌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룰루레몬(Lululemon)의 시작은 요가 수업이었습니다. 창업자 칩 윌슨은 1998년 요가를 배우면서 단순한 불편함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존재하는 운동복 중 요가 동작에 맞는 것이 없었습니다. 면 소재는 땀을 흡수해 늘어지고, 기존 스포츠웨어는 너무 뻣뻣했습니다. 그는 고객을 '요가를 즐기는 25~35세 여성'으로 먼저 규정한 게 아닙니다. '운동할 때 입기 불편하다'는 감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었고, 그 제품에 열광한 사람들이 고객이 됐습니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에 맞는 원단을 직접 개발했고, 매장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면서 '애슬레저'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새로 썼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누가 고객인지를 먼저 정의하지 않고 무엇이 불편한지를 먼저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재 룰루레몬의 연매출은 약 100억 달러,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를 넘습니다.

브랜든 또한 고객이 누구인가를 정의하기 보다, 고객이 어떨 때 가장 불편할까에 관심을 두고 제품을 개발해내고 있습니다. 브랜든의 리빙 카테고리 제품 중 아우터 압축 파우치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타깃 고객의 성별과 나이대, 직업 등은 상관이 없습니다. 부피가 큰 옷들을 입지 않을 때에 어떻게 보관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깔끔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타깃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고객이 누구인지를 먼저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먼저 봤습니다. 타깃이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 불편함이 제품을 만들었고, 그 제품이 타깃을 불렀습니다.

고객이 팬이 되게 하려면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누구나 합니다. 그런데 팬덤을 직접 설계할 수 있을까요?

"팬이 되려면 내가 먼저 정의가 돼야 합니다. 내가 팬이 될 만한 준비가 되어 있냐는 질문이 먼저예요."

부스터스 내부에서도 ‘이퀄베리가 무슨 브랜드냐’고 물으면, 팀마다 답이 달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디자인 시안이 나와도 방향이 제각각이 됩니다. '좀 귀엽네', '이건 너무 진중하네'처럼 취향으로 소비되고, 결국 아무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요.

팀 전체가 브랜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때, 외부 고객에게도 일관된 인상이 전달됩니다. 그때 비로소 팬이 생기기 시작해요.

브랜든의 경우 내부 임직원들이 출근 가방으로 쓰기도 하고 주변에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제품에 자신감이 붙었으니 팬으로서 활동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압축 파우치는 이제 다른 걸 쓸 수가 없다"는 후기가 쌓이고, 여러 개를 묶어서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활용법을 공유합니다. 처음부터 팬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제품에 집착하고 가격에서 타협하지 않은 결과가 팬을 만들어낸 겁니다.

구매할 수 있어야 팬이 됩니다

구매 접근성 설계

좋은 제품과 명확한 브랜드가 있어도, 고객이 살 수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2014년 아마존이 야심 차게 출시한 스마트폰 파이어폰은 3D 디스플레이, 다이내믹 퍼스펙티브 등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기능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시와 동시에 치명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미국 내 AT&T 단독 독점 유통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AT&T 점유율은 약 25~30%. 나머지 70% 이상의 소비자는 아예 살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습니다. 제품 자체의 호불호를 따지기 전에, 고객이 접근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린 겁니다. 결국 출시 13개월 만에 단종됐고, 아마존은 1억 7,000만 달러의 재고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독 통신사 유통이라는 접근성 제한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최근 사례에서는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지 않고 직접 판매에 나선 나이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2021년부터 도매 파트너를 끊고 직영몰 중심의 DTC 전략으로 전환했습니다. 중간 마진을 없애고 고객과 직접 만나겠다는 전략이었죠. 그러나 소비자들은 멀티브랜드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여 구매하는 습관이 있었고, 나이키가 빠진 자리에는 호카(HOKA), 온(On) 같은 신흥 브랜드들이 빠르게 채웠습니다. 2024년 나이키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하고 하루만에 시가총액 250억 달러가 증발하기도 했습니다. CEO가 교체됐고, 끊었던 도매 파트너십을 다시 복구하기 시작했죠.

가격 정책 설계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합리적인 가격대가 아니라면 구매할 이유 또한 사라집니다. 고객은 그만큼 눈이 높습니다.

2012년 미국 백화점 체인 JC페니는 애플 스토어 출신 CEO 론 존슨을 영입하면서 가격 전략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기존의 '할인·쿠폰' 방식을 없애고, "페어 앤 스퀘어(Fair and Square)"라는 상시 합리적 가격 정책을 도입한 겁니다. 논리는 맞았습니다. 어차피 할인가에 파는 거라면 처음부터 그 가격에 팔면 되지 않냐는 발상이었죠.

문제는 고객이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JC페니의 핵심 고객들은 쿠폰으로 '득템'하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할인을 받아야 기분 좋게 사는 구조였는데, 갑자기 정가만 있으니 오히려 비싸 보였습니다. 론 존슨은 고객 테스트도 없이 전국 매장에 바로 적용했고,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첫 해 매출 33억 달러 급감, 연간 매출 25% 하락, 순손실 5억 5,200만 달러. 결국 1년 만에 기존 할인 정책으로 회귀했고, 론 존슨은 해임됐습니다. 가격 자체가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고객이 가격을 인식하는 방식을 무시한 게 문제였습니다.

"자사몰, 세일즈채널, 주요 플랫폼 어디서든 살 수 있게 하되, 가격 정책은 소위 눈탱이 맞는 느낌이 없게 조율하는 거예요.”

부스터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채널 전략을 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몽골에서 브랜든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나라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유통 파트너를 통해 제품이 닿아야 합니다. 해당 지역의 바이어를 확인하고 진입하면서도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만들며 특정 채널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특성에 맞춘 시장 침투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해나가야 안전한 유통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의 범위는 신뢰에서 넓어집니다

"브랜드는 처음 잡은 층이 완벽하게 신뢰하면 아래로도, 위로도 넓어집니다."

경영진의 이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고객은 세일 때를 기다려 삽니다. 딸이 쓰는 걸 보고 부모가 관심을 갖기도 합니다. 처음에 설정한 타깃 밖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거예요.

이게 가능한 건 결국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고객이 필요한 것에 집착하고,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고, 가격이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반 위에서 브랜드의 심상이 명확해지면, 팬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두터워집니다.

마치며

이 글을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도 고객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타깃 고객을 먼저 규정하고 그들에게 맞추는 방식이 표준처럼 여겨지지만, 부스터스의 접근은 순서가 다릅니다. 브랜드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양품을 만들고, 고객이 어디서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때 고객은 우리를 선택하게 될 거예요.

부스터스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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