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Value를 발견하는 방법
조직 안에 이미 존재하는 ‘일하는 방식’을 찾는 일

들어가며
1편에서 우리는 강한 조직이란 뛰어난 사람이 많은 조직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계속 잘할 수 있는 ‘조직의 방정식’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그 방정식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조직이 이미 그 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답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이처럼 조직 안에 존재하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치와 작동 방식을 Hidden Value라고 부를 수 있다. 강한 조직을 만드는 출발점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직 안에 존재하는 Hidden Value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Hidden Value
알고보면, 모두 ‘잘 되었던 순간’에 숨어 있다

Hidden Value를 발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유난히 잘 되었던 순간을 분석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모든 프로젝트가 동일하게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끔, 유독 자연스럽게 잘 풀리는 프로젝트가 있다.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며 결과도 기대 이상으로 나오는 순간들이다.
이러한 순간을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넘기지 않고 조금 더 구조적으로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한 커머스 기업에서 신제품 런칭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치자.
A팀은 상품기획(MD) 조직이고, B팀은 마케팅 조직이다. A팀은 제품 콘셉트와 가격, 재고 계획을 담당했고, B팀은 콘텐츠 방향과 캠페인 실행을 맡았다. 프로젝트 진행 중 광고 효율을 고려해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가격 결정은 A팀의 역할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논의는 길어지지 않았다. 대신 B팀은 해당 가격에 맞는 메시지와 콘텐츠 전략을 빠르게 재설계했다. 콘텐츠 방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B팀이 콘텐츠 콘셉트를 정하고, A팀이 핵심 기능 메시지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특별한 리더십 개입 없이도 프로젝트는 빠르게 정리됐고, 일정에 맞춰 런칭이 완료됐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와 명확한 역할 구분이었다. 이처럼 손발이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에는, 조직 안에 이미 작동하고 있는 Hidden Value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작동했거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했거나
특정 부서 간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거나
누군가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되었거나
강한 조직은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잘 작동했던 방식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흐르는 지점을 찾는다
조직을 분석할 때 흔히 역량이나 성과 중심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관점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고, 어디에서 잃는가다.
조직 안에는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흐르는 영역이 있다. 이런 순간은 조직이 가진 고유한 강점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
회의 시간이 길어도 집중력이 유지되는 주제
업무가 늘어나도 오히려 몰입도가 높아지는 영역
반대로 에너지가 빠르게 소모되는 영역도 존재한다.
회의는 길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
의사결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업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모호한 프로젝트

이러한 영역은 단순히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Hidden Value는 대부분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지점에서 발견된다.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작동하는 영역이 바로 조직이 가진 고유한 Operating System의 단서이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규칙을 발견한다
또 하나 중요한 단서는 조직 안에서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규칙이다. 대부분의 조직에는 공식적인 가이드보다 비공식적으로 작동하는 룰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ROI를 먼저 고려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이러한 규칙은 문서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규칙은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즉, Hidden Value는 공식적인 문화 선언문이 아니라 이미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행동 기준에서 발견된다. 이 암묵적 규칙을 발견하고 형식지화하는 과정이 바로 조직의 Operating System을 만드는 과정이다.
Hidden Value 발견은 조직 설계의 출발점
많은 조직이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외부 사례를 참고하거나 이상적인 모델을 도입하려 한다. 하지만 조직은 각각 다른 환경과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강한 조직은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Hidden Value를 발견하고 이를 구조화하고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조직 설계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발견한 Hidden Value를 바탕으로 어떻게 조직의 행동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